차영원이 하는 말에 당당할 수 없었다.
일이 줄어드니 경계 좀 하라고 신경 써주는 힐러와 네가 유독 친절했던 걸 안다고 말하는 영원이. 그런데 영원이를 얼른 집에서 내보내고 다시 혼자만의 적막과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고독을 얻고 싶은 힐러는 그 앞에서 당당해질 수가 없다는 묘사가 너무 좋아서 심장이 벅찼지 뭐야.
'나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.'부분이 특히 귀여웠는데 그 일을, 그것도 대면으로 수락한 이유가 본인 기저에 깔린 외로움과 상처같은 걸 영원이에게서 거울로 보듯 그대로 봤기 때문이잖아. 동정과 연민을 느껴서잖아. 그런데 그걸 다 묻어두고 나는 그냥 의뢰를 받은 거니까, 하고 선을 긋고 벽을 세워두는 게 보여서 좋았어. 동정과 연민은 어떠한 형태로든 애정을 부르고 이제껏 애정을 품었던 상대는 전부 자신을 떠나갔으니 이 아가 힐러가 이렇게 방어적으로 구는 면모 보일 때마다 가슴이 벅벅 찢기는 동시에⋯ 이게 너무 좋아서 입술 꾹 깨무는 내가 있어.